지난해엔 연말의 시점까지도 말문이 탁 막히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국내외의 뉴스들로 정신적 몸살을 앓았다. 이는 아마 한국 국민에 국한된 심정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이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우려 깊은 사태들로 인해 마음의 불편함을 무감하게 견뎌내고 있는 실상이다. 그리고 기대와 설렘의 여념도 없..
‘學而時習之는 不亦說乎아’ (학이시습지는 불역열호아)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항상)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한가’로 해석되는 이 문장은 논어(論語)의 첫 구절이다. 논어는 공자의 가르침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공자와 제자들이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하여 기록한 책으로 공자의 사상이 함축적으로 집약되어..
올해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입법기관인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국회의원 전체를 선출하는 선거가 4월에 있습니다. 요즘 출마의 변辯을 통해 그 사람을 한 가지씩 알아가게 됩니다. 많은 사람 중에서 달변가이고 정치적 입지가 좋은 사람이 먼저 눈에 띄지만 말하는 것과 행하는 것이 바르되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란한..
동문사거리 파리바게트 앞을 지날 때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왔다. 구세군의 자선남비가 떠오르고 땡그랑 종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하면 나는 찰스 디킨스가 쓴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을 떠올린다. 그러면 ‘아, 스크루지, 그 구두쇠 영감’하며 묘한 웃음을 짓는다. 왜냐면 스크루지..
특정 기관의 무인기 발권이 시작된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제 그 영역이 확장되어 일상의 곳곳에서 무인기를 마주친다. 셀프 주유를 비롯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의 무인주문,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는 대면할 때마다 편의보다 위협을 느낀다. 마주하던 사람이 사라지고 기계를 대면하는 일이 빈번해지면 인간의 존엄성..
이제 사십을 바라보는 우리동네 짜장면집 배달부. 늘 동네 곳곳을 그리고 들판을 오토바이로 중화요리를 싣고 배달을 다니는 사람. 그가 배달하는 것을 기억으로만 더듬어보아도 그 세월이 벌써 20여년이 지나지 않았을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애마인 오토바이를 타고 늘 밝은 얼굴로 맛있는 짜장면을 배달..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긴 제목의 영화는 청순미를 자랑하던 이미연이 주연한 1989년도의 화제작이다. 경제성장이 지상과제이던 시절에 국민들의 삶이 주택마련과 자녀교육에 매몰되어 가던 세태를 풍자하며 주인공인 은주가 자살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났었다. 비슷한 설정으로 금년 초 막을 내린 ..
부엌 찬장 어딘가에 동글동글하게 말아 아껴둔 까만 비닐봉지를 찾고 있었다. 생필품을 사러 가게에 가면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내어주는 가게는 어쩌다 한두 군데였다. 대부분 종이봉지에 물건을 싸서 주니 이동 중에 종이가 찢어지고 물건들은 우수수 길거리에 떨어지곤 했다. 그러기에 어쩌다 얻게 된 플라스틱 비..
지난 11월1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함양군의 고3 학생들은 320여명으로 그 중 230여명의 수험생이 응시하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험을 본 이는 수험생이지만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가정과 학교 사회가 온 힘을 다해 달려왔다. 제 능력을 발휘해 만족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이런저..
‘불로장생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가 열리는 함양 땅의 어르신들은 노년을 어떻게 지낼까? 단풍이 제법인데 찬바람이 붑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때입니다. 입동의 여러 풍습 중에 조선시대 어른을 공양하는 게 몇 있습니다. ‘도랑탕 잔치’는 입동 무렵 도랑에 숨은 미꾸리를 잡아 추어탕을 만들..
시월의 마지막 밤을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보내버린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왠지 억울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모양이다. 이용 가수는 시월이 오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잊혀진 계절’ 노래 하나로 일년 먹을 양식을 다 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남해 지족 ..
어수선한 서재가 되어버린 거실을 둘러보면서 매번 다짐하는 것은 어서 이 책들을 버려야겠다는 것인데 버리기보다 자꾸 늘어나서 골치가 아프다. 벽면을 채운 서가를 넘쳐 바닥에 쌓여있는 책 뿐 아니라 거실 가운데 버티고 있는 8인용 탁자 위에도 노트북을 둘 만한 공간을 제외하고 책이 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
아련한 추억과 가슴떨림이 있는 노래의 소재가 된 광화문 거리가 언제부터인가 민의를 표출하는 성지로 또 이제는 투쟁과 갈등의 장소로 변해간다고 느끼는 것은 왜곡된 표현일까! 추억과 떨림이 있던 시절, 그리고 민의의 성지가 되기까지만 해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이게 도대체 뭔..
몇 개의 태풍과 두 번의 축제 우리들의 가을은 그 속에서 익어가고 있다. 가을산행의 맛은 화려한 단풍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지만 기해년 9월의 끝자락에 단풍이 들지 않은 푸른 산속에 들고 싶었던 것은 70을 목전에 두고 60대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붙들고 싶은 것이 마음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잘못된 습..
정치적 논쟁을 마다하지 않은 때가 있었다. 고백하건대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상대의 주장이 답답하여 흥분하기도, 참 이렇게 뭘 모르고 있구나 안타까워하기도 했는데 이때 동원된 얄팍한 논리의 대부분은 신문을 통해 얻은 것이었다. 어린 시절 필자에게 신문은 세상과 통하는 窓(창)이었고 교사였다. 필요..
지구는 이제 ‘기후변화 -> 기후위기 -> 기후재앙’의 순차적 기후 이상에서 현재 ‘기후위기’를 재끼고 ‘기후재앙’을 앞둔 상황이다. ‘기후위기’ 대처 행동을 촉구하는 세계시민 단합 시위가 9월21일 열렸다. 1.5 도 기후상승이 지구에 대재앙이 될 상황에서 지구는 1.0도 기후상승을 넘겼다고 한다. 그..
관광은 내가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이나, 풍습, 문물 등을 구경하고 내가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여가활동이 증가하면서 국내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여행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해외 여행객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관광지는 내가 살던 곳이 아..
‘전하, 감로甘露가 내렸으니 사책史冊에 기록하오리까?’ ‘아니다, 농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기록 할 게 못 된다’ 1790년 9월에 감로가 내리자 정조임금과 신하의 대화입니다. 1436년 정평과 영흥에 감로가 내렸는데 ‘색깔이 밀랍과 같이 희고 맛이 꿀과 같이 달았다’고 조선실록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얀..
병원 대기실에서 진료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삐융삐융 소리와 함께 119 구급차가 응급실로 황급히 들어왔다. 환자가 실려 나오고 작은 응급실은 분주한 사람들로 가득찼다. 병원은 항상 알지 못할 위태로움과 불안으로 맥박을 빠르게 뛰게 한다. 십여 개의 침대 병상이 환자로 가득 차 나는 벽 따라 놓여있는 간..
드라마 <지정생존자>는 “그게 정치” 라며 정치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다. 정치적 언어는 현실을 꿰뚫어야 하고 상대 당의 수를 읽고 국민의 반응과 그 파장까지 생각해야 하므로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하는 무엇이라는 것. 허구라는 자막이 매회 지나가고 시청자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지만 동화나..